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전시회, 공연

천경자 작고 10주기 특별 기획전 | 내슬픈전설의101페이지

by 희루 2026. 2. 11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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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슬픈전설의101페이지

천경자 작고 10주기 특별 기획전

석파정 서울미술관

오래전 보았던 천경자 화백의 전시와는 달랐다.
이번 전시는 작품 수부터 밀도가 다르다.
한 명의 화가가 살아온 시간과 감정의 궤적을
한 공간에서 따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,
꽤 묵직한 전시였다.

작가의 일생을 관통하는 작품들이
시기별로 차분히 배치되어 있어
전시를 보는 내내 ‘관람’이라기보다는
한 사람의 삶을 읽어 내려가는 기분에 가까웠다.

그림 너머의 천경자

천경자 화백을 떠올리면
강렬한 색채와 인물화가 먼저 떠오르지만,
이번 전시에서는 그 이미지에 갇히지 않은
다양한 작업들을 만날 수 있었다.

여행지에서 그린 그림들,
그곳의 공기까지 담아낸 사진들.
그 기록들은 단순한 스케치가 아니라
‘살아 있음’에 대한 집요한 증거처럼 보였다.

가족과 사랑, 그리고 시선

가족과 주변 인물들을 그린 작품들 앞에서는
발걸음이 자연스레 느려졌다.
작품 속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
애정과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.

화려함보다는 진심이 먼저 보이는 그림들.
그것이 이 전시가 오래 남는 이유다.


늦은 나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기에도
세계를 누비며 창작을 멈추지 않았던 작가의 기록들.
그 삶의 태도를 보고 있자니
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.

‘지금 나는,
얼마나 나의 시간을 쓰고 있는가.’

가족

마지막까지 이어지는 가족에 대한 시선은
이 전시의 조용한 결론처럼 느껴졌다.
화가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천경자.
그 인간적인 얼굴이 가장 또렷하게 남는다.


이번 〈내 슬픈 전설의 101페이지〉 전시는
천경자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,
한 예술가의 삶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에게
추천하고 싶은 전시다.

석파정 서울미술관의 공간과도
이상하리만큼 잘 어울렸다.
전시를 보고 나오는 길,
마음이 조금은 조용해진 채로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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